사자성어/춘추전국시대 (기원전 770-221년)

절치부심 (切齒腐心) - 이를 갈며 분하게 여기고, 마음속으로 깊이 고민함.

사성지기 2025. 2.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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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을 절 이 치 썩을 부 마음 심

1. 뜻

切 (끊을 절, 4획)

 

刀 (칼 도, 2획)

七 (일곱 칠, 2획)

齒 (이 치, 15획)

止 (그칠 지, 4획)

𠚕 (이 치, 11획)

 

출처: https://hanja.dict.naver.com/#/entry/ccko/89aa6b63c2244bbb90645dbdee83ca9a

齒자는 ‘이빨’이나 ‘어금니’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齒자를 보면 크게 벌린 입과 이빨이 그려져 있었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止(발 지)자가 더해지면서 입이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했다. 齒자는 이렇게 이빨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지만 때로는 ‘나이’나 ‘순서’를 뜻하기도 한다. 이빨이 가지런히 나열된 모습이 ‘순서’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다.

腐 (썩을 부, 14획)

 肉 (고기 육, 6획)

府 (마을 부, 8획)

 

출처: https://hanja.dict.naver.com/#/entry/ccko/27d8d75e646e44ef88d6039b39cd3afa

腐자는 ‘썩다’나 ‘상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腐자는 府(관청 부)자와 肉(고기 육)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腐자는 고기가 썩거나 상한 것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로 肉자가 의미요소로 쓰였다. 그러나 腐자는 단순히 고기가 상한 것만을 뜻하진 않는다. 정직해야 할 관료들이 부정을 저지르는 것도 ‘부패했다’라고 하기 때문이다. 腐자에 쓰인 府자는 ‘관청’을 뜻하는 글자이다. 그래서 府자는 발음역할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랏일을 하는 관료들의 부정을 뜻하려 했던 것으로도 보인다. 府자에는 ‘주다’라는 뜻의 付(줄 부)자까지 있으니 더욱 문자조합의 의도가 엿보인다.

心 (마음 심, 4획)

 

2. 유래

 

전국시대, 진나라에 번오기라는 용맹한 장군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진나라의 왕에게 불만을 품고, 그에게서 달아나 연나라로 숨어들었어요.
그리고 진나라의 왕은 그런 그를 잡기 위해 그의 목에 큰 보상을 걸었답니다.

번오기는 깊은 숲속, 아무도 찾지 못할 것 같은 조그만 오두막에서 홀로 지냈어요.
하지만 마음은 한시도 편안한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끓어오르는 불길을 주체할 수가 없었죠.
그는 밤이면 이불 속에서 끙끙 앓으며 이를 갈았고, 낮이면 두 주먹을 꼭 쥐고 깊은 한숨을 쉬었어요.
진나라의 왕이 자신을 부당하게 대했다는 생각에, 억울해하며 복수심에 불타오르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번오기 앞에 형가라는 사람이 찾아왔어요.
형가는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이며 조용히 속삭였어요.
"장군, 저에게 머리를 맡겨주십시오.
제가 장군의 머리를 가져가면 진나라 왕을 직접 만날 기회가 생길 겁니다.
그러면 제 손으로 직접 그 자의 심장을 찌르겠습니다."

번오기는 형가를 가만히 바라보았어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가락이 저절로 움켜쥐어졌어요.
그의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꿈틀거리더니, 뜨겁게 타오르는 불길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죠.

"그래, 네가 내 오랜 한(恨)을 풀어다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고, 눈을 감고는 스스로 단칼에 목을 내리쳤어요.
형가는 번오기의 머리를 품에 안고 길을 떠났어요. 그리고 그것을 진나라 왕에게 바쳤죠.

왕은 기뻐하며 성대한 잔치를 열었고, 형가는 잔치를 즐기는 척하다
소매 속에서 날렵한 비수(匕首)를 꺼내 왕의 심장을 향해 내리꽂았지요!

이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 '절치부심(切齒腐心)'이에요.
절치(切齒)는 이를 갈다, 부심(腐心)은 마음을 썩인다는 의미로,
크나큰 분노나 후회로 인해 이를 악물고 속을 썩이는 상황을 뜻합니다.
마치 번오기가 밤마다 복수를 꿈꾸며 깊은 어둠 속에서 칼을 갈았던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그렇게 괴로워하며 절치부심의 나날을 보냈던 번오기의 복수는 성공했을까요?

형가는 잔치 속에서 비수를 꺼내 왕의 심장을 겨눴지만 왕은 가까스로 비수를 피했어요.
형가의 계획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고, 연나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진나라의 군대에 무너지고 말았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번오기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분노와 증오로 점철된 복수를 위해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그의 그 절치부심의 나날들과 그를 이용하려 했던 연나라의 계획 모두 헛된 싸움으로 끝나버렸죠.
혹시 절치부심의 상황 속에 놓여 있다면 이 이야기의 끝을 떠올려보세요. 마음이 조금은 차가워지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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