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춘추전국시대 (기원전 770-221년)

망국지음 (亡國之音) - 나라를 망하게 할 음악. 문화와 예술이 도덕성을 잃고 쾌락과 사치에 치우치면, 결국 사회를 타락과 쇠망으로 이끌 수 있음을 경고하는 말.

사성지기 2025. 5. 12. 06:00

망할 망 나라 국 갈 지 소리 음

1. 뜻

亡 (망할 망, 3획)

 

출처: https://hanja.dict.naver.com/#/entry/ccko/24762c21a42d4453aa29d82460431e6b

亡자는 ‘망하다’나 ‘도망가다’, ‘잃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亡자는 亠(돼지해머리 두)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돼지머리와는 관계가 없다. 亡자의 갑골문을 보면 칼날 부분에 획이 하나 그어져 있는데, 이것은 칼날이 부러졌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칼날이 부러졌다는 것은 적과 싸움에서 패배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亡자는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의미에서 ‘멸망하다’나 ‘도망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전쟁에서의 패배는 죽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亡자에는 ‘죽다’나 ‘잃다’라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國 (나라 국, 11획)

囗 (나라 국, 3획)

或 (혹 혹, 8획)

 

출처: https://hanja.dict.naver.com/#/entry/ccko/c9d02467d63f464994afb0db412942d7

國자는 ‘나라’나 ‘국가’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國자는 囗(에운담 위)자와 或(혹 혹)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或자는 창을 들고 성벽을 경비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或자가 ‘나라’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누가 쳐들어올까 걱정한다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후에 ‘혹시’나 ‘만일’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囗자를 더한 國자가 ‘나라’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國자는 성벽이 두 개나 그려진 형태가 되었다. 참고로 國자는 약자로는 国(나라 국)자를 쓰기도 한다.

之 (갈 지, 4획)

音 (소리 음, 9획)

 

立 (설 립(입), 5획)

日 (날 일, 4획)

 

출처: https://hanja.dict.naver.com/#/entry/ccko/f4ea671262c84cba9f54f22e0c36b6cc

音자는 ‘소리’나 ‘말’, ‘음악’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音자에 ‘말’이라는 뜻이 있는 것은 音자가 言(말씀 언)자와 같은 문자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갑골문에는 ‘소리’와 ‘말’을 따로 구별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문에서는 ‘음악’과 ‘말’을 구별하기 위해 기존의 言자에 획을 하나 더 긋는 방식으로 音자를 만들어냈다. 사실 갑골문에서의 言자는 마치 나팔을 부는 것과도 같은 모습으로 그려졌었다. 이것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생황(笙簧)이라고 하는 악기의 일종을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고 나팔을 부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단순히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하려던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音자는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소리’와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2.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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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 위나라에 영공(靈公)이라는 임금이 있었어요.
영공은 중요한 국정 문제보다는 호화로운 연회와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는 데 열심인 무능한 왕이었죠.
특히 음악을 좋아해 중요한 외교나 정치적 문제를 뒤로 한 채 음악과 유흥에 빠져 지내는 날들이 많았어요.

어느 날, 영공은 말들을 줄지어 세우고는 외교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진나라로 떠났어요.
진나라의 평왕(平公) 역시 영공 만큼이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사람들은 영공이 그런 평왕을 만나 그저 음악이나 즐기러 가는 것이라 여겼지만요.

그런데 복수(濮水)라는 강 근처에 다다랐을 무렵, 갑자기 공중에서 이상하고도 기이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 음악은 정말이지 세상 어디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지요.
마치 구름 위에서 요정들이 비밀 파티를 열며 연주하는 듯한, 그런 황홀하고도 위험한 소리였어요.
영공은 넋이 나가버렸어요. 입을 반쯤 벌린 채 음악에 빠져있던 그는
옆에 있던 수행 악사 사연(師涓)에게 음악을 잘 베껴두라고 명했어요.

이윽고 진나라에 도착한 영공은 너무나 자랑스러운 얼굴로

그 ‘신비 음악’을 진나라 평공에게 직접 연주해주었어요.
음향은 아름답고 황홀했으며, 어느 순간엔 가슴이 간질간질,

또 어떤 순간엔 목덜미가 서늘해 질 정도였지요.

평공은 그 음악을 들으며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곧바로 나라 최고의 음악가인 사광(師曠)을 불러왔어요.
사광은 음악에 아주 정통한 명인으로 마음속 악기까지 들을 수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런 그가, 영공이 다시 한번 자랑스럽게 연주하던 그 음악을 듣다가는
벌떡 일어나 영공의 손을 확 잡고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었어요.

“전하! 이건 아주 불길한 음악이옵니다! 나라를 망하게 할 망국의 음악이지요!”

영공과 평공은 갑작스러운 사광의 호통에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했지요.
그러자 사광은 차분하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어요.

"옛날 은나라에 사연(師延)이라는 아주 유명한 음악가가 있었습니다.
사연은 '신성백리(新聲百里)'라는 음악을 만들어 은나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주왕에게 바쳤습니다.
그 곡은 선율이 매우 아름답고 유혹적이었지만, 그 속에는 음란하고 사치스러운 정서가 가득 담겨 있었지요.
이미 사치와 방탕에 빠져 백성들을 돌보지 않고 나라를 멋대로 다스리던 주왕은
이 곡에 완전히 푹 빠져서는 더욱 깊은 쾌락에 빠져 주지육림(酒池肉林)과 같은 환락의 무대까지 만들었습니다.
결국 주나라 무왕(武王)이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오자 은나라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 채 망하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주왕에게 문제의 음악을 바쳤던 사연은 죄책감에 시달리다

거문고를 안고 복수라는 강물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지요.
그 뒤로 밤이 되면 복수 근처에서는 신성백리의 음율이 흐른다는 전설이 생겼답니다.
사람들은 이 음악이 들릴까 두려워 귀를 막고 지나갔다고 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 곡을 가리켜 망국의 음악, 즉 망국지음(亡國之音)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나온 말 망국지음(亡國之音)은 나라(國)가 망하는(亡) 음악(音)이라는 뜻으로,
단순히 음악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사치와 타락을 부추기는 예술은 결국 공동체를 망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는 말이에요.
사광의 이야기 역시 음악이나 예술을 즐기는 마음에도 도덕성과 정치적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유교적 관념을 담고 있는 것이었죠.

문화와 예술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사회의 건강성을 반영하고 때로는 그것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강력한 힘입니다.
문화와 예술을 유흥의 도구로만 소비하며 자극적이고 퇴폐적인 콘텐츠에만 몰두하면
이는 곧 무분별한 쾌락 추구와 사치, 방탕한 소비 문화가 만연한 사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한 문화와 예술은 결국 사회의 도덕적 기반을 약화시키고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때문에 지도자일수록 문화를 향유하는 데에 윤리와 절제를 갖추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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