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춘추전국시대 (기원전 770-221년)

공휴일궤 (功虧一簣) - 산을 쌓아 올리는데 한 삼태기의 흙을 게을리하여 완성하지 못함. 거의 이루어진 일을 중지하여 오랜 노력이 아무 보람도 없게 됨.

사성지기 2025. 4. 11. 12:00

공 공 이지러질 휴 한 일 삼태기 궤

1. 뜻

功 (공 공, 5획)

 

力 (힘 력(역), 2획)

工 (장인 공, 3획)

 

출처: https://hanja.dict.naver.com/#/entry/ccko/d117103a7c60415989c67856e4dda59b

功자는 ‘공로’나 ‘업적’, ‘사업’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功자는 工(장인 공)자와 力(힘 력)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工자는 땅을 다지는 도구인 ‘달구’를 그린 것이다. 그러니 功자는 땅을 다지는 도구를 들고 힘을 쓰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달구는 땅을 단단하게 다져 성벽이나 둑을 쌓던 도구였다. 전쟁이나 치수를 중시했던 시대에는 성과 둑을 쌓는 일 모두 나랏일과 관련된 사업이었다. 그래서 功자는 나랏일에 힘써 준다는 의미에서 ‘공로’나 ‘업적’, ‘사업’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虧 (이지러질 휴, 17획)

雐 (새 이름 호, 14획)

[隹 (새 추, 8획) + 虍 (호피 무늬 호, 6획)]

亐 (땅 이름 울, 3획)

 

출처: https://hanja.dict.naver.com/#/entry/ccko/bf05e0eaed4d45b2984ba10842ddff92

一 (한 일, 1획)

簣 (삼태기 궤, 18획)

 

𥫗 (대죽 죽, 6획)

貴 (귀할 귀, 12획)

[𠀐 (-, 5획) + 貝 (조개 패, 7획)]

 

출처: https://hanja.dict.naver.com/#/entry/ccko/602d220ed7034f8cbc1317d7715e3066

 

 

 

2.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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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나라를 막 무너뜨리고 왕조를 세운 무왕(武王)의 주나라는, 말 그대로 백지 위에 세워진 나라와 다름없었습니다.
이전의 은나라가 점과 주술, 무당 문화, 무력을 바탕으로 한 신권 정치였다면,
주나라는 덕으로 다스리고 예로 세상을 정비하는 왕도 정치를 표방했거든요.
주나라는 그야말로 이전의 세계관을 통째로 걷어내고 완전히 새로운 질서를 설계하려 했던 거대한 정치적 실험이었던 셈이죠.

이런 포부로 무왕은 나라를 열심히 다스렸고,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아주 뜨끈뜨끈했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나라가 번영하자 그의 마음도 느슨해지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은 그에게 아주 귀한 선물이 하나 들어왔는데,
바로 4척, 요즘 단위로는 1미터나 되는 크기에 착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신통력까지 있는 개였어요.

그리고 무왕은 이 신비로운 개에게 푹 빠져 그날부터 나라 일을 더욱 소홀히 하게 됐어요.
중요한 문서들에는 먼지만 쌓여가고 신하들은 임금님의 얼굴을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려워졌죠.

결국 보다 못한 무왕의 동생, 소공(召公)이 나서서 형님께 쓴소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폐하, 제발 정신 좀 차리십시오! 밤낮으로 나라 걱정을 하셔야지, 개한테 홀딱 빠져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하지 않으면, 아무리 큰 덕을 열심히 쌓아왔더라도 결국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 겁니다!
아홉 길이나 되는 높은 산을 쌓는 공도, 마지막 한 삼태기의 흙을 제대로 놓지 않으면 와르르 무너지는 법이지 않겠습니까!"

소공의 이 뼈 있는 충고는 마치 날카로운 송곳처럼 무왕의 마음에 콕 박혔답니다.

그리고 소공의 이 충언에서 유래된 말이 바로 공휴일궤(功虧一簣)예요.
한(一) 광주리(簣)의 흙 때문에 공(功)이 무너진다(虧)는 뜻으로,
‘아무리 큰일도 마지막 순간의 사소한 방심 때문에 실패할 수 있다’는 의미죠.

<한비자(韓非子)>라는 고대 사서에 나왔던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을 기록했다기보다는
주나라 건국 초창기의 긴장감과 자기관리 의식을 보여주기 위해 교훈적인 내용으로 각색한 에피소드입니다.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경계심과 권력자의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만든 상징적인 이야기인 것이죠.

실제로 나라가 번영하자 무왕이 국사를 게을리했었다는 직접적인 기록은 남아있지 않아요.
오히려 민본주의를 내세운 덕망 높은 개혁군주로 그려져 있죠.
나아가 무왕의 병사 후 왕위를 이어받은 성왕이 너무 어리자
무왕의 형제, 주공이 섭정을 맡고 소공이 보좌를 하며 나라를 다스렸는데,
무왕이 부지런히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며 미리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성공적인 섭정도 불가능했을 거예요.
주공은 반란과 여진도 성공적으로 제압하며 나라를 잘 다스리다가 성왕이 장성하자 그에게 권력을 돌려주었죠.

좋은 군주가 자신의 시대에 아무리 나라를 잘 다스리더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기껏 이루어놓은 것들이 바로 다음 세대에 모두 엉망이 된다면 그야말로 '공휴일궤'의 결과가 아닐까요?
끝까지 긴장 풀지 말라는 아주 오래된 잔소리 같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은 늘 이걸 잊어버리는 사람들로 가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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